타짜 봤습니다 by 김윤정


원래 허영만 선생님은. 내가 존경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분 이시라.
'감히 허영만 선생님의 만화를 망쳐놓을게 틀림없는 괴씸한' 영화일 거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게 사실이다.

타짜1부, 지리산 작두는
나머지 타짜 시리즈가 그렇듯 인생에 대한 해설이며, 한 편의 서사시이다. (4부에서는 약간 홍콩영화 스럽긴 했지만)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게 1부이다.

이 얘기는 충격적이면서도, 충격적이지 않고,
비열하면서도 당연하며
지저분한 듯 하면서도 순수한 얘기다.

무엇보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배우고, 커가는
그런 대하드라마 같은 얘기의 풀어내림은 무척 마음에 든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만화책의 느낌을 기대하고 가기에는
너무 커다란 배신감을 안겨준다.

그렇다면 그 배신은 관객의 눈쌀을 찌뿌러뜨리느냐.
그렇게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만화와 달라야 한다.
영화가 만화의 단편적인 영상화에 머물렀다면, 그것은 오히려 원판 타짜에 대한 모독이다.
아무리 좋은 배우를 데리고 온 다 하더라도, 만화 원작에 있던 그 살아있으면서도 의뭉스러운 캐릭터들을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을리는 만무하다.

영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되며, 몇몇 대사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어물거린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만화의 긴 얘기를 축약시키면서
전혀 다른 '고니' 를 만들어 내고자 노력한다.

조승우의 건들거리는 캐릭터는, 만화에서와 같이 믿음직한 고니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만화에서는 그 개성이 그정도로 강렬하지 않았던 평경장은, 백윤식씨의 특유의 건달스러움으로 강렬해진다.
정마담은 더 여우가 되어서 나타났고,
유해진은 고선생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비록 외모에서의 차이는 크지만...

이렇듯 배우들의 연기는 '맛깔스럽다'
이 표현이 잘 어울린다.
스토리는 만화보다 가볍지만, 그것조차 배우들의 연기로 눌러버린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승리이다.
노련한 배우들이 연기하는것 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인 것이다.

하지만 애석한 점이 없지는 않다.
너무 감각적이고 빠른 전개를 위하여, 너무나도 많은 부분이 희생되었다.
고니의 인간적인 측면과 발전보다는, 손기술과 복수의 가벼운 얘기만이 강조되었다는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편집은 너무 빠르고 복잡하며, 섬세함이 떨어진다.
관객에게 중요하게 가르쳐 줘야 할 부분을 너무 흘려 버리는 바람에,
그나마 만화보다 가벼운 스토리가 더 가벼워지고 말았다.

추석 대목에 맞추가 위해서였을까?

3시간이라는 긴 런닝타임에, 하고 싶은 얘기를 다 집어 넣느라고 산만해진 편집은
모처럼 좋은 내용과 배우들의 연기에, 조미료를 빼 놓고 말았던 것이다.

ps. 중간 부분에 엑스트라로 저 뒷 편에서 화투를 치던 한 무리들이 화면에 메인으로 잠시 잡혔었는데,
그것이 허영만 선생님이었다는 것은 내 착각인 것일까? (맞았다면 옆에는 분명 김세영 선생님이었겠지)

덧글

  • NeZeN 2006/10/04 22:21 #

    허영만 선생님 맞다더군요 ^^
  • 김윤정 2006/10/05 00:00 #

    오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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