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의 사내정치

간혹 게임회사 얘기를 듣다보면 이런 얘기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 아 그 회사 너무 정치판이야 - "
사실 이것은 꼭 게임회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저도 다른 회사를 다녀봤지만,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음... 사실 그 '정치판' 이 가장 심한곳은 학계 (...) 쪽이었습니다만.

여기서 말하는 '정치판' 이란 좋은 뜻은 아닌 뉘앙스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겠죠.
"A 라는 높은 사람한테 살랑대고 아부하는 집단이 있고
B라는 높은 사람한테 살랑대고 아부하는 집단이 있고
A와 B는 사이가 안좋아서 서로 헐뜯고 깔아뭉게고
그러다가 A가 권력을 잡으면서 B과 관계된 사람은 모두 짤렸다더라. "

이런 아침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일반적으로 소문난 '사내정치' 의 폐단입니다.

아 진짜, 저런 환경이 되면 일하기 힘들죠. 저 역시 강의 때에 인맥의 중요성을 누누히 말해온 사람 중 하나입니다만
그렇다고 진짜 저런 분위기가 되면 때려치고 나올 겁니다. 누군가 뒤통수를 때릴 것 같은 찜찜한 느낌.
저쪽 사람들은 나를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겠지 라는 느낌. 이래도 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만큼 커져있어 나 혼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죠
"난 정치판이 정말 싫어"

그렇지만 말입니다. 이런 정치판은 사실 민주주의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_-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 이런 정치적 개념이야말로 나라의 존재가치와 일치하는 아주 중요한 개념이지요.
뭐 사실 정치의 개념은 학자마자 다양한 개념이 있기 때문에 마르크스 주의까지 넘어가면 정치의 개념의 혼돈이 올 수 있지만,
어쨌거나 인간조직에서 어떠한 질서를 만들고 유지시키기 위한 행동이 정치라고 할 수 있습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난 정치판이 싫어" 라기보다는 "난 민주주의가 싫어" 라고 부를수도 있겠지요.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라고 교육 받았지만 단점이 없는것도 아니니까요.
제가 보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시끄럽다' 라는 겁니다. 결정기관이 독재적이지 않고 서로의 목소리가 동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결정에 수 많은 목소리와 알력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거지요.
회사에서도 뭔가 싸우고, 시끄럽고, 뒷소리가 오가고, 결정이 미친듯이 느리면
그건 분명히 동등한 권한의 두 개 이상의 집단 혹은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뭐뭐 회사에서는 패치 내용 하나 결정할 때 13인의 팀장이 동일한 발언권으로 원탁회의를 해서 결정하는 경우가 있었죠. 어떨 것 같습니까? 회의 시간은 2시간이 넘어가는데 작은 내용 하나 결정 못 하고 내용은 산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 )

배재현님도 언급하셨던 걸로 아는데, 회사는 민주적인 조직이 절대 아닙니다.
군대 역시 민주적인 조직이 아닌 조직이구요.
군대가 사회경험을 하는 곳이다 - 라는 말은 저는 회사와 군대와의 관계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이상적인 게임 회사조직 ( 다른 회사도 사실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저는 게임회사라고 얘기하겠습니다)은
독재가 만연하는 왕권국가입니다 (...) 공산주의랑은 약간 다를 까요. 공산주의는 계급사회니까요. 결국 공산주의도 상위 권력자들 끼리 발생하는 문제가 있으니까요.
왕권 독재국가는 딴 생각을 할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아래에서 소소히 알력 싸움이 일어날 수는 있습니다만,
그럴 때에는 확실하게 단칼에 해결해 주는 윗 선이 있습니다. 결정은 빠를 수 밖에 없으며, 왕이 똑똑하고 인자하며 부지런하면 그것만큼 확실한 조직이 없습니다. 물론 오해하실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만, 왕이라고 백성들 (직원들) 의견을 안 듣는 것은 아니지요. 충분히 백성의 의견을 들어야 성군인 법. 하지만, 결정은 왕이 내립니다. 좋은 조언이건 쓴 소리건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왕이죠.

독재 예찬이냐고 한다면, 예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잘 나가는 회사는 '스타' 라 불리우는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 물론 독재적인 권한을 가진 '이너서클 집단' 이 힘을 행사하는 스타일도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독재는 변함이 없습니다 - 스티브 잡스가 그렇고. 빌 게이츠가 그렇습니다. 그 사람이 들어가서 확실히 회사가 바뀌려면 강력한 힘이 있어야만 하는 거니까요.

결론적으로 '정치가 없는' 회사란 사실 없는 것입니다. 사람은 정치적인 동물이라, 모이게되면 어쩔 수 없이 나오는게 정치니까요. 
그러므로 가장 좋은 회사는 '성군이 있는 독재 회사' 인 것이지요. 언제나 백성 (직원) 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백성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고 게다가 실력도 좋은.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던가. 그런 지도자가 있는 회사에 들어가는게 가장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겠지요. 
중간 관리자인 팀장이라면 '정치를 거부'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치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뭐 왕이 쓰레기라면 할 말 없지만 ㅎ

by 김윤정 | 2009/03/07 11:59 | 나름대로 게임생각 | 트랙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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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알바선생의 지식창고' at 2009/10/19 06:05

제목 : 게임회사의 사내정치
게임회사의 사내정치게임 개발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정치.그 정치에 대해 동감하는 내용이 있어 트랙백합니다.아마추어게임을 개발했을 때, 이것 때문에 골치가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확실한 결정권자가 없을 때의 혼란스러움..) 지금도 ㄷㄷㄷ 합니다....more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3/08 17:44
적극 동의하는 내용이긴한데,
대졸 신입이나 혹은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을 가진 조직에서
이직한 경력자한테 이런 개념을 설명할 때마다 답답함을 많이 느낍니다.

어떻든 시원하게 말씀해주셨네요. ㅎㅎ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3/08 20:25
감사합니다 ^^ 다소 민감한 내용이 될 수도 있어서 ㄷㄷㄷ
수업시간에는 늘 말하는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shadow-dancer at 2009/03/08 17:51
정치가 무조건 나쁜게 아니고, 관리자 입장에서 (좋은, 또는 일반적인) 정치에 해당되는 걸 내팽개치는게 오히려 무능 아닌가 싶습니다. 꼬투리 잡힐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어설프게 민주적인 조직을 외치는 것 자체가 나쁜 의미의 정치가 시작하는 씨앗 같더군요. 물론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언로 열어두는 거랑은 다른 이야기고.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3/08 20:23
동감합니다. 어쨌거나 결정권자가 여러 명인 상황에서 잘 돌아가는 건 본 적이 없습니다.
Commented by 레니스 at 2009/03/08 22:58
결국 리더쉽의 문제인거 같아요. 어프렌티스라는 비지니스 리얼리티 쇼를 보니까 정말 결정을 잘 내리고 추진하는 사람이 결국 일을 잘 해내더군요...이리저리 휩쓸리고 어물어물하면 우선 시간부터 낭비 되더라는; 좀 엉뚱한 소리일수도 있지만 조직에 성별이 너무 치우쳐도 (특히 여자가 무지 많을때;) 불필요한 소모가 일어나는 경우도 좀 있고..-_-;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3/08 23:39
감정에 대한 비중이 큰 여성이 그렇게 될 확률이 조금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남성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쪽이기 때문에 개인의 감성이 너무 무시되는 경향이 있긴 하죠. 역시 세상은 음양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하
Commented by 레니스 at 2009/03/08 22:59
앗 그러고보니 눈팅하다 남긴 첫글이네요; 글 잘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3/08 23:38
아아 반갑습니다. ^^ 자주 놀러 와 주세요
Commented by necris at 2009/03/17 12:21
저도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마키아 벨리를 신봉합니다..
이상적인 조직은 그릇이 큰 대장이 있는 곳이겠죠
눈팅만 하다가 처음 글 남깁니다 안녕히 계세요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3/17 20:50
감사합니다.^^ 자주 놀러와 주세요
Commented by 펑키보이 at 2009/04/06 12:10
그런데 그 왕이 죽고나서 후계자가 븅닭이오면 -.- 회사는 어떻게되나요?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4/06 12:11
망하는거죠. 촉나라도 유비관우장비 죽고나서 개판됐지 않습니까. -_-
그럴땐 빨리 튀는게 쵝오
Commented by 펑키보이 at 2009/04/06 12:21
움하하 네~ 알겠습니다 >.< 튀는기술 연마!
Commented by 이아 at 2009/05/02 01:52
글 잘 읽었습니다. 지금 심정에 와닿네요. ;ㅂ;
Commented by 허허허 at 2009/10/19 05:46
그 왕이 .... 저도 군주 같은 개발실장님을 바래왔건만...

후...

위대한 군주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 어디 흔한가요?

덕은 거녕..

승냥이 기질뿐인 개발실장은 팀원들을 초원의 양처럼 뜯어먹을 생각만.. ㅠㅠ

가장 당황스러웠던것..

[1] 내말 안들으면 다~!! 짤라버리겠어... ( 그 다음에 다시 다 셋팅 ??? 개발자들을 ?? ... 내가 한회사에서 1년반동안 운영팀 3셋트 바꾸는건 보았음.)

[2] 게임 개발 완료돼서 안정화 되면, 연봉 높은 경력자들은 다 짜르고, 신입들 뽑아서 돌리겟다!.. (하하하하.... ㅠ.ㅠ..그래 많이 돌려~~ 너의 머리가 이미 돌았음이니.. 슬프다)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10/19 06:15
그렇죠. 좋은 군주 만나는 것도 정말 큰 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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