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나가고 있는데

네에 강의를 나가고 있습죠.
가지고 있는 알량한 그래픽 기술가지고
학생들을 홀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좋아하고
감언이설에 속아서 열혈로 변하는 그 느낌을 매우매우 좋아합니다.

강의는 그러고보니 꽤 이곳저곳 나갔네요.
여기라면 벌써 3번째 학교.

뭐 그러면서 발견한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 -
 * 아래의 글은 다소 심한 일반화와 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게임학과. 게임이 좋아서 들어왔다가 그래픽을 선택한 사람
2. 미술학과. 그림이 좋아서 들어왔다가 게임을 선택한 사람

어쩌다보니 이렇게 두 학교를 모두 강의나가보게 되었는데,  각 학교별 특징이 눈에 보이더군요.

우선 1번 학교. 게임을 좋아하지만 미술교육은 제대로 못 받았으니 당연 그림은 잘 못그립니다.
아무래도 학생들은 '게임은 만들고 싶지만 뭘 어떻게 할 지 모르는' 부류와
' 그냥 점수만 되고 재미있을 것 같으니 온 부류' 로 크게 나눠집니다.

2번 학교는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게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
그림은 어느 정도 기본이 되어 있지만, 그것뿐인 친구들입니다.
점수때문 혹은 취직 이유로 게임쪽 전공으로 온 미대 친구들.
당연하게도 기본기는 더할나위없이 탄탄하며 감각도 훌륭합니다.




자아. 여기서 문제. 어느 쪽이 더 훌륭한 인재가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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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학교에서 게임과에 지원한 학생들은
그중에서도 '뭔가 쉬워보이는' 그래픽이나 기획쪽으로 와 봤다가,
기획이나 그래픽도 개고생하며 배워야 하는 거라는걸 깨닫고 다시 두 부류로 나뉩니다.
포기하거나, 목숨바치거나.

여기서부터 목숨바치는 친구들은 정말로 게임이 만들고 싶은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목숨바친 친구들은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을 깨닫고 이제서라도 배우려고 난리를 칩니다.
열등감에 꽁꽁 얼어붙은 채, 위기감과 불안감을 가슴에 품고서 말이죠.

그리고 나면 졸업을 하고, 운 좋게 취업한 친구들 외엔 학원에서 자신의 주력 기술을 쌓고 배우기 위해 다시 도전을 합니다.
물론 많은 수가 포기하고 남은 소수 인원이지만 말이죠.



2번 학교에서의 학생들은 신기하게도 1번 학교보다 좀 더 방황을 합니다!!
기본기는 분명 훌륭하고 감각이 좋지만, 그 '잘 한다' 라는 것이 발목을 잡을 줄이야.
분명 잘 하긴 잘 합니다 - 학생치고는 말이죠 -
하지만 그 잘 한다는 것에 너무 빠져 들어 있어서 그럴까요?
그 세계를 포기하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망망대해에서 쪽배를 타고 있으면, 헤엄쳐서 몇 백미터 옆에 있는 큰 배로 올라탈 생각을 안하게 되는 느낌이랄까요.
그저 그 세계에서 그냥 있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세계에서 말이죠.
물론 취직을 하고 싶어합니다만, 그것도 일단 자신의 껍질은 유지한 채 취업을 하고자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게임회사라는 건, 특히 게임회사의 그래픽 디자이너라는건 생각한대로 '그림그리는' 단순한 직종이 아닙니다.
프로그램적 고려사항이 이해되어야 하고, 기획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하며, 그래픽 디자인적으로, 그래픽 기술적으로, 3D 모델링과 물리엔진의 역할을 이해하면서, 게임의 재미요소에 어긋나지 않고 "비용을 고려하면서" 만들어야 하는
그야말로 "회사" 인 것입니다.
자신의 세계에 갇힌 친구들은 그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생각이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말이죠. 그렇게 좋은 자질을 지녔으면서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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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어떨까요?
'일본전산 이야기' 에서 말하는 '남보다 두 배 일하는 삼류가 보통으로 일하는 일류보다 낫다' 라는 말을 굳이 상기 시키지 않아도 결과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번 학교에서 살아남은 친구들은, 실무에서 몇 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자기가 부족하다는 생각과 , 정말로 실력이 부족해서 좌절했던 그 때를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을 채찍질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해 나가는 사람이야말로 나중에 중요한 일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2번 학교에서의 친구들은, 취업을 해도 크게 흥미를 못 느끼거나 심한 경우에는 회사에 금방 흥미를 잃어 버리고 그저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이 됩니다. 당연하게도 회사에서는 이런 친구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같이 데리고 가야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물론 전부 저런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2번 학교에서도 늦게 불타는 사람이 있고 , 1번 학교라도 기본적인 재능이 뛰어난 친구도 있지요. 어느 정도 선입견스러운 글이 되어 버린것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저런 경우를 꽤 봤습니다. 다른 쪽은 몰라도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초반에 괜찮게 그리던 사람이 나중에도 잘 그리는 사람으로 되는 경우는 굉장히 적거든요.
그건 자신의 세계에 만족하고 빠져들어, 보다 근본적이고 넓은 목표를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덤비는 것이 좋은 결과를 보장합니다

by 김윤정 | 2009/04/14 00:49 | [잡동사니] | 트랙백(1)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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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neoplog at 2009/04/20 14:37

제목 : 게임학과와 미술학과, 어느 쪽이 더 훌륭한 인재를 ..
네오플로그를 운영하면서 네오플 입사지원에 대한 문의 메일과 쪽지를 상당히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미 게임업계 경력자분들도 계시고 대학교 졸업예정자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이미 1차적 진로를 선택했기 때문에 취직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덜하시지만 아직 대학입시를 치르지 않은 학생분들은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의는 대...more

Commented by necris at 2009/04/14 09:47
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시간을 투자하는 절대값에 따라 대기만성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4/14 19:32
그러게요. 누가 먼저 자기를 버리고 올인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카키 at 2009/04/14 14:44

학생들을 홀리는 ㅋㅋㅋㅋ 전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네요. 4학년인데도 아직 진로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니...ㅠㅠㅋㅋㅋ 차라리 어렸을땐 만화가가 될꺼야!! 라는 굳은 의지라도 있었는데.. 근데 그것도 참 아이러니하죠. 현실을 깨닫고 나니까 만화가는 할 수 없다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냥 지금은 그림그리는게 좋고 게임이 좋고 뭐 그르네요 'ㅅ'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4/14 19:34
현실은 핑계야. 하고 싶으면 걍 지르라고!! 설마 내 입하나 풀칠 못하겠어?
젤 좋아하는 일을 안하면 결국엔 그걸 선택 안해서 지금 일에 만족 못한다는 핑계를 댈지도 몰라.
Commented by 카키 at 2009/04/14 21:07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만화가가 되고싶은 마음은 없어요;; 지금은 이쪽에 진로를 정했으니 이쪽에 올인해야죠 ㅠㅠㅋㅋ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4/14 21:07
ㅋ 왜 만화가 좋은데
Commented by 카키 at 2009/04/14 21:34
여러가지 복잡한 사연이 있어서....(....).... 그냥 코믹에 책내는 정도가 만족스럽달까 뭐 그르네요..
Commented by 聖暗 at 2009/04/14 15:26
...원래 덧글같은 거 잘 안 달고 눈팅만 하고 가는 인간입니다만
이번 건 정말 공감이 가네요. ...랄까 지금 제 상태를 꼭 집어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슬플 정도로 말이지요. 2번이 그냥 와닿네요 -_-;;
지금 그걸로 미친듯이 고민하고 있습지요...-_-';;;
그림을 취미로 남겨두고 다른 일을 잡아보느냐, 기왕 버린 몸(?) 게임회사에
이 청춘 바쳐서 등꼴 빠지느냐,.,,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4/14 19:36
힘내세요. 확실한건, 뭐든지 하나 이걸 평생 하겠다는 마음으로 해보지 않으면 결국 핑계나 후회만 남더라고요.
저도 이거 하기 전에는 세계 최고의 패스트푸드점 임원이 될거라고 꿈꾸며 살아왔었다는....;; 아,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 진짜 죽을 만큼 열심히 했었거든요 ;
Commented by 왕풍뎅이 at 2009/04/14 17:03
아줌마 집 너무 멀어,,,구로와서 밥사줘...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4/14 19:37
누가 시간이 더 많다고 생각하냐?
Commented by 흑묘 at 2009/04/14 23:45
윗글들을 보니깐... 갑자기 상담받고 싶어졌어요... ㅠ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4/14 23:46
.... 에에... 상담이라면 반쯤 직업이라... 얼마든지...
Commented by 봉봉양 at 2009/04/15 10:05
눈물이 왕왕 ㅜㅜ 교스님 좋은 글이네요!!
많이 배우고 있어요...더 배워야할게 많네요..ㅠㅠ*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4/15 10:45
아니 왜 학생들이 이리도 와글와글...
Commented by 네피 at 2009/04/15 15:42
와!! 저도 미대를 전공했는데 정말 공감되네요. 이거 가져가도 되나요? 트랙백도 돌리겠습니다. 혹시 원치 않으시면 저에게 네이버 쪽지를 보내주세요~~.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4/15 16:35
뭐... 가져가셔도 상관없습니다만 괜히 욕먹는건 아닐지 ㅎㅎ
Commented by 왕풍뎅이 at 2009/04/15 19:34
아좀 불쌍한 친구 생각해서 와서 사주세욤,.,,아주머님..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4/15 23:34
왕 바빠요 할아버지...
Commented by ldw9981 at 2009/04/25 23:23
왕 공감입니다. 플머 입장에서 같이 프로젝트 진행할때 그래픽파트분들이 게임성이 적은 부분에 뷰가 이쁘다는 이유로 매핑소스와 폴리곤을 지를때 수명이 단축 되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김윤정 at 2009/04/25 23:25
ㅎㅎ 그래픽 디자이너의 욕심이란 정말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미칠 지경인게 한 두번이 아니죠. 게임이란 타협의 산물인데 말이죠
Commented by Eonsama at 2009/05/02 00:50
ㅠ_ㅠ 공감공감 진짜공감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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